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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는 무덤                

                -- 金洙暎 祭日에

희망의 문학

6월 16일 그대 제일(祭日)에

나는 번번이 이유를 달고 가지 못했지

무덤이 있는 언덕으로 가던

좁은 잡초길엔 풀꽃들이 그대로 지천으로 피어 있겠지

금년에도 나는 생시와 같이 그대를 만나러

풀꽃 위에 발자국을 남기지 못할 것 같아

대신에 山 아래 사는

아직도 정결하고 착한 누이에게

시집(詩集) 한 권을 등기로 붙였지

객초(客草)라는 몹쓸 책이지

상소리가 더러 나오는 한심한 글들이지

첫 페이지를 열면

그대에게 보낸 저녁 미사곡이 나오지

표지를 보면 그대는 저절로 웃음이 날 거야

나같은 똥통이 사람 돼 간다고

사뭇 반가워할 거야

물에 빠진 사람이 적삼을 입은 채

허우적 허우적거리지

말이 그렇지 적삼이랑 어깨는 잠기고

모가지만 달랑 물 위에 솟아나 있거든

머리칼은 겁(怯)먹어 오그라붙고

콧잔등엔 기름칠을 했는데

동공(瞳孔)아래 파리똥만한 점(點)도 찍었거든

국적없는 도화사(道化師)만 그리다가

요즘은 상투머리에 옷고름

댕기, 무명치마, 날 잡아잡수

겹버선 신고 뛴다니까

유치한 단청(丹靑)색깔로

붓의 힘을 뺀 제자(題字)보면

그대의 깊은 눈이 어떤 내색을 할지

나는 무덤에 못가는 멀쩡한 사지(四肢)를 나무래고

침을 뱉고 송곳으로 구멍을 낸다우

간밤에는 바람소리를 듣고

이렇게 시든다우

꿈이 없어서

꿈조차 동이 나니까

냉수만 퍼 마시니 촐랑대다 지레 눕지

머리맡에는 그대의 깊은 슬픈 시선이

나를 지켜주고 있더라도 그렇지

싹수가 노랗다고 한 마디만 해주면 어떠우……

희망의 문학 요점 정리

희망의 문학 지은이 : 김영태

희망의 문학 갈래 : 자유시. 서정시

희망의 문학 율격 : 내재율

희망의 문학 성격 : 추모적. 해학적, 반성적, 고백적, 회고적

희망의 문학 어조 : 변명하는 듯한 담담한 어조, 자조적인 대화체의 어조

희망의 문학 표현 : 대화체

희망의 문학 작품의 구성 : 김영태는 그의 무덤을 찾아가는 길에 깔린 '풀꽃'과 자신의 시집 '객초'를 서로 연관시키면서 이 시를 진행시킨다. 마치 김수영의 '풀'과 자신의 '풀'을 대화시키듯이 말이다. 무덤이 있는 산 아래 살고 있는 '아직도 정결하고 착한 누이'는 김수영의 시 '누이의 방'에 나오는 정결한 누이이기도 하다. 김영태는 김수영의 분위기를 담고 있는 그 누이의 정결함에 자신의 너저분함을 대비시킨다. 김수영에 대한 애도의 슬픔과 자신의 모습에 대한 희극적인 해학이 미묘하게 서로 맞물려서 시적인 화음을 담아내고 있다.

변명 - 자기 풍자 - 자기 반성으로 진행되고 있음

1-6행 : 김수영의 무덤에 가지 못하는 시인

7-30행 : 시집 '객초'에 대한 자기 풍자적 소개

31-40행 : 자기 근황에 대한 자탄 및 김수영에 대한 그리움

그대의 무덤

가지 못함

시집을 보냄

산 아래 누이

깊고 슬픈 시선

 

한심, 똥통, 멀쩡한 사지, 꿈을 잃음

 

정결하고 착함

 

 

 

 

희망의 문학 제재 : 무덤, 죽은 이(시인 김수영)에게 들려 주는 화자의 삶, 시인 김수영의 무덤

희망의 문학 주제 : 죽은 김수영에 대한 애도와 화자의 삶 회고, 작고(作故)한 시인 김수영(金洙映)에 대한 추모, 죽은 김수영에 대한 추모와 자기 반성

희망의 문학 작품 개관 : 이 작품은 김수영의 무덤을 찾아가지 못하고 대신 그의 누이에게 시집을 보낸 일을 시작으로 쓴 작품이다. 화자는 김수영이 떠난 이후 자신의 삶을 회고하고 고백하는 형식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또 자신의 시집에 대한 설명을 유쾌한 투로 이어가면서, 죽음에 관한 슬픈 느낌을 슬그머니 지워 넘어가고 있다. 이 시는 마치 김수영에게 편지를 쓰는 듯한 어조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담담하고 일상적인 어투로 되어 있으며, 이러한 까닭에 노래로 만들어지기도 쉬웠을 것이다.

희망의 문학 주제와 제재 : 이 시는 전체적으로 죽은 김수영에 대한 추억과 애도의 느낌을 바닥에 깔고 있다. 김수영은 그의 대표적인 작품 '풀'과 그의 연작시 중의 하나인 '신귀거래7'(누이야 장하고나!)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데, 김수영이 그 시에서 스스로를 풍자적인 웃음으로 몰고 갔듯이 김영태 역시 자신의 존재를 해학적인 몰골로 그려 냈다.

희망의 문학 특징 : 담담하고 일상적인 대화체의 어투와 자신의 삶을 회고하고 고백하는 형식으로 김수영 시인을 추모하고 있으며, 해학적인 표현으로 슬픔의 정서에만 매몰되지 않음

희망의 문학 시적 화자의 태도

추모의 정

김수영의 기일

대비되는 삶

현재의 화자

자기 반성

 

자기 비판적 삶

 

똥통, 멀쩡한 사지

 

 

순수한 삶

 

꿈을 상실

 

희망의 문학내용 연구

멀리 있는 무덤[김영태의 작품을 김영동은 노래로 만들 때 그의 음반 '먼길'에서 '멀리 있는 빛'이라고 바꾸어 표현했다. '무덤'이 '빛'으로 변했다. 여기서 '무덤'은 김수영이 잠들어 있는 묘지이지만 그것은 죽은자가 잠들어 있는 묘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자의 집처럼 취급을 받고 있다. 시적 자아는 무덤 속의 친구에게 친근한 대화를 건네고 있다. 또한, 시적 자아는 김수영의 무덤을 자신의 삶의 지표 혹은 나침반으로 보고 있기에 여기에서 그의 '무덤'은 부정적인 이미지는 아니다.]

6월 16일 그대 제일(祭日 : 제삿날)에[김수영이 1968년 6월 16일 교통 사고로 사망]

나는 번번이 이유를 달고 가지 못했지[제삿날 무덤을 찾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변명하는 듯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으며, 죽은 김수영과 대화하듯 구어체 문장 사용]

무덤이 있는 언덕으로 가던

좁은 잡초길엔 풀꽃들이 그대로 지천[매우 흔함]으로 피어 있겠지[죽은 김수영에게 대화하는 듯한 구어체 문장 사용하여 친근한 느낌을 불러 일으킴]

금년에도 나는 생시와 같이 그대를 만나러

풀꽃 위에 발자국을 남기지 못할 것 같아[무덤에 찾아가지 못함]

대신에 山 아래 사는

아직도 정결하고 착한 누이에게[대신에 - 누이에게 : 김수영의 시 '누이의 방'의 '누이야/너의 방은 언제나/ 너무도 정돈되어 있다.'에 나타난 정결하고 경건한 모습의 누이와 연관시킨 표현임]

시집(詩集) 한 권을 등기로 붙였지

객초(客草 : 손님을 위해 마련해 둔 담배)라는 몹쓸 책이지

상소리가 더러 나오는 한심한 글들이지[자신의 시집에 대한 설명을 유쾌한 투로 이어가면서 '몹쓸 책이지'과 '한심한 글들이지'라는 시어를 사용함으로써 거리감을 적절히 유지하여 애도하는 슬픈 분위기에 빠지는 것을 막는다. 다시 말해서 자기 자신의 작품을 '한심한 글'로 풍자해서 희극적 분위기 조성을 함과 동시에 자신의 시가 '한심한 글'이라는 말에는 김수영의 생전의 시 세계가 가졌던 도전적 정신, 불온한[(不穩), 일부 명사 앞에 쓰여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음을 표현하는 말로 예를 들면 불온 단체/불온 대자보가 있다. 여기서는 김수영시인의 불의에 맞서는 정신을 의미함.] 정신 등의 성격을 갖지 못했다는 의미를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효과를 가졌음]

첫 페이지를 열면

그대에게 보낸 저녁 미사곡이 나오지[김수영을 추모하는 저녁 미사곡이 있음]

표지를 보면 그대는 저절로 웃음이 날 거야

나같은 똥통(형편없는 물건이나 사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 사람 돼 간다고

사뭇 반가워할 거야[나같은 똥통이 - 반가워할 거야 : 비속어를 사용하여 자신의 존재를 해학적인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현실의 삶]에 빠진 사람[시집 '객초' 표지에 시인이 직접 그린 초상화]이 적삼(현실의 초월을 의미)을 입은 채[도인이 현실의 삶에 허우적거린다는 의미]

허우적 허우적거리지[물에 빠진 사람이 적삼을 입은 채/ 허우적 허우적거리지, 머리칼 겁먹어 오그라 붙고,꿈이 없어서/꿈조차 동이 나니까/ 냉수만 퍼마시니 촐랑대다 지레 눕지''라는 표현들은 꿈도 없이 현실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반성하고 있다]

말이 그렇지 적삼이랑 어깨는 잠기고

모가지[목숨의 상징]만 달랑 물 위에 솟아나 있거든

머리칼[기개, 기상의 상징]은 겁(怯)먹어 오그라붙고[자신의 현실적 모습을 비유]

콧잔등엔 기름칠을 했는데

동공(瞳孔)아래 파리똥만한 점(點)도 찍었거든[콧잔등엔 - 점(點)도 찍었거든 : 해학적이면서도 현실 풍자적인 표지 그림, 해학적 묘사, 이런 해학적인 표현들은 망자에 대한 슬픔의 정서를 방지하고 있다.]

국적없는 도화사(道化師 : 민속극에서 재주를 부리거나 익살을 떠는 역할을 맡은 배우)만 그리다가[시인은 미술 활동도 하고 있음]

요즘은 상투머리(머리털을 끌어올려 틀어서 감아 맨 머리로 지난날 성인 남자의 전형적인 머리)에 옷고름

댕기, 무명치마, 날 잡아잡수

겹버선 신고 뛴다니까[요즈음 - 뛴다니까 :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함]

유치한 단청(丹靑)색깔[전통 양식의 건축물에 그려진 그림과 같은 채색]

붓의 힘[진리를 향한 열정/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에서 유추한 듯]을 뺀 제자(題字 : 책의 머리나 족자·빗돌 따위에 쓴 글자)보면

그대의 깊은 눈이 어떤 내색을 할지['붓의 힘' 다시 말해서 사회 정의를 위한 현실 참여적인 내용이 없어서 싫어하지 않을까 조심스럽다는 의미]

나는 무덤에 못가는 멀쩡한 사지(四肢)를 나무래고[자책(自責)을 의미함]

침을 뱉고 송곳으로 구멍을 낸다우[나는 무덤에 - 구멍을 낸다우 : 육체적으로는 멀쩡하지만 정신적으로 멀쩡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고 있는 자학적 표현]

간밤에는 바람소리를 듣고

이렇게 시든다우[아프다는 의미]

[희망(希望)]이 없어서

꿈조차 동이 나니까[동이 나다 :  물건 따위가 다 떨어져서 남아 있는 것이 없게 되다, 바닥이 드러나다.]

냉수만 퍼 마시니[답답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별 의미없는 시, 실속 없는 시 - 김수영 시와 다른 시'라는 겸양의 표현] 촐랑대다 지레 눕지[아프다는 의미로 김수영의 무덤가에 가지 못하는 이유가 드러나고, 화자가 몸이 좋지 않아 누워 있다는 것을 '시든다우', '눕지' 등의 시어를 통해 알 수 있음]

머리맡에는 [고 김수영 시인]그대의 깊은 슬픈 시선이

나를 지켜주고 있더라도 그렇지

싹수가 노랗다[잘될 가능성이나 희망이 애초부터 보이지 아니하다]고 한 마디만 해주면 어떠우……[머리맡에는 - 해주면 어떠우…… : 시인은 김수영의 삶을 자기 인생의 지표로 삼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의 삶이 부끄럽다. 그래서 스스로를 '싹수가 노랗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시인 김수영과 같은 삶을 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자책의 표현임. 시적 화자는 시인 김수영이 죽었어도 늘 곁에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살아서 자신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관련 속담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로 김수영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음]

희망의 문학 이해와 감상

 마치 죽은 김수영에게 대화를 하듯이 이끌어간 이 시는 제삿날에도 그의 무덤을 찾아가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변명하는 듯한 어조로 출발하고 있다. 시인은 "금년에도 나는 생시와 같이 그대를 만나러/풀꽃 위에 발자국을 남기지 못할 것 같아."라고 말한다. 그 대신에 산 아래 사는 정결하고 착한 누이에게 자신의 시집 한 권을 붙인다고 말한다. 그 시집 속에는 죽은 시인에게 붙이는 저녁 미사곡('김수영을 추모하는 미사곡')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추모곡이 들어 있는 이 시집을 그 누이에게 붙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수영은 '누이야 장하고나!'에서 동생의 죽음과 그를 위해 정결하고 경건하게 추모하는 그 누이를 주제로 시를 쓴 바 있는데, 김수영이 그 시에서 스스로를 풍자적인 웃음으로 몰고 갔듯이 김영태 역시 자신의 존재를 해학적인 몰골로 그려 낸다.

 김영동의 '멀리 있는 빛'은 김영태의 '멀리 있는 무덤'을 이야기와 노래 형식으로 변환시킨 것이다. 대금과 양금, 그리고 기타와 신디사이저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받치고 있다. 해방과 몰입, 긴장과 이완이 되풀이되는 이 곡을 들으면서 김수영의 작품들과 김영태의 작품들을 떠올려 보자. 김영동은 '꼬방 동네 사람들', '삼포 가는 길' 등의 영화 음악을 만들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김수영을 추모하는 김영태의 시를 음악 대본으로 삼아 우리 삶의 비극성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들을 아련하면서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출처 : 한계전 외 4인 공저 '문학교과서')

희망의 문학황동규의 김수영 무덤

 

첫째갈피

 

나무들이 모두 발을 올린다.

지루하고 조용한 가을비

내리며 내리며 저녁의 잔광을

온통 적신다.

 

우산을 잠시 묘비에 세워 놓고

젖은 마음을 잠시

땅 위에 뉘어 놓고

더 붙들 것이 없어 나는

빗소리에 몸을 기댔다.

등에 등을 대어주는 빗소리.

 

빗소리 속에도 바람이 부는지

풀들이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나뭇잎들이 흔들리고

가지들이 흔들리고

이 악물고 그대가 흔들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풀들이 흔들린다.

 

뿌리 뽑힌 것들은 흔들리지 않는다,

 

 

둘째 갈피

 

서울 근교의 산이 모두 얼어 있다.

한편에 밀려 남아 있는 그대의 언덕

하늘은 자꾸 어두워가고

아직 남은 말들은 하나씩 힘을 풀고

눈송이로 떨어진다

내려앉은 눈송이들

머리에도 어깨에도 손등에도 마음 위에도.

 

 

살에서 나를 털어버리고 싶다.

그리곤 시린 살만이 남아 ...... 살의 시린 채찍 소리,

휙 휙 사면에서 점점 자라는

눈송이들, 한 송이 두 송이 열 송이 또 열 송이

공중에서 몇 번 멈칫대다

하나씩 고개 들고 흰 새가 되어,

아 발톱까지 흰 새들.

 

 

자세히 보면 이상한 불도 켜 있다.

지평선의 작은 한 뼘

나머지는 밟고 있다 온통 얼은 발들이.

쉬우리 짧은 금이 지우기 쉬우리

아이들이 외로울 때 무심히 지우리.

흰 새들이 불을 끄고 다시

눈송이로 떨어지는 이 언덕.

 

--- 가을비 내리는 어스름 저녁, 동료들과 김수영의 무덤을 찾은 시인은 무덤가에 난 풀을 보며 그를 추모하고 있으며, 시의 후반부는 김수영의 대표작 '풀'을 연상시키는 서술을 통해 그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

이해와 감상1

 이 시는 김수영의 기일에 그의 무덤을 찾아가지 못하고 대신 그의 누이에게 자신의 시집을 보낸 일을 시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화자는 자신의 삶을 회고하고 스스로를 자조적인 어조로 평가하고 있는데, 자못 가볍고 유쾌한 어투를 사용하여 김수영의 죽음에 대한 슬픔에 매몰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시인 김수영(金洙映 1921-1968)의 기일(忌日)에 그의 무덤을 찾아가지 못한 데 대한 변명을 김수영에게 나직하게 들려주는 대화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 과정에서 화자는 자신의 시집 <객초(客草)>의 전반적 경향을 말하고 있는데, '나 같은 똥통이 사람돼 간다고 / 사뭇 반가워할거야.'라는 말로써 그는 자신의 작품 경향이 김수영의 것과는 닮아간다는 뜻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즉, 이 시를 통해 시인은 김수영에 대한 추모의 정을 표현하면서, 시인 김수영이 추구했던 작품 세계에 대한 경의(敬意)를 표하고 그것이 자신의 문학 세계에 가져 온 변화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후에 국악인 김영동에 의해 '멀리 있는 빛'이라는 노래로 불려지기도 했다.

희망의 문학 심화 자료

희망의 문학김영태(金榮泰 1936- )

 시인 김영태는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1959년 <사상계>를 통해 시단에 등장했다. <草介手帖>, < 여울목 비오리>, <결혼식과 장례식> 등의 시집과 산문집, 그리고 음악 평론집, 무용 평론집 등 37권의 저서가 있다. 발레 포즈와 피아노를 소재로 한 미술 전람회를 여섯 번 가졌으며 무용평론가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고, 1996년 회갑 때 무용 자료집 <풍경을 춤출 수 있을까>를 출간했다.    김영태 시집

 지은 책으로는 「유태인이 사는 마을의 겨울」「평균율·1」「바람이 센 날의 인상」「평균율·2」「초개수첩」「객초」「북호텔」(시선집),「여울목 비오리」「어름산이의 보행」(시선집),「결혼식과 장례식」「느리고 무겁게 그리고 우울하게」「매혹」「가을, 계면조 무게」(시선집),「고래는 명상가」「남몰래 흐르는 눈물」「그늘 반 근」이 있다.

지도방법

문학과 현실의 관련 양상에 대하여 설명해 준다.

 이와 같은 작품은 현실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시(詩) 속의 대상이 명확히 밝혀져 있기 때문이다. 문학과 현실의 관련 양상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도록 한다.

김영동의 음악과 연결시키며 읽는다.

 김영동은 순수음악과 대중음악 사이를 넘나들며 독특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국악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작곡가이다. 전통과 현대, 순수와 대중음악의 세계를 넘나들며 끊임없는 실험정신으로 새로운 음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김영동의 음악과 이 시의 연관성을 생각하며 읽을 수 있도록 한다.

1. 이 시를 바탕으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김영동의 ‘멀리 있는 별’은 김영태의 위 시를 가지고 노래로 만든 것이다. 이 노래를 들어 보고, 시를 노래로 부를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 말해 보자.

이끌어 주기 :

 시와 음악은 동일한 정서를 말하고자 하더라도 표현 매체가 다르기 때문에 표현방법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음악은 언어에 비해 더 직접적인 전달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음악은 정서에 호소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논리적인 요소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또 작곡가가 시를 어떻게 해석했느냐에 따라서 음악의 형식도 달라질 것이다.

예시 답안 :

 김영동의 음악을 들으면서 느낀 것은 역시 음악이란 우리의 정서를 더 깊이 있게 충격하며 더 절실하게 느끼도록 해 준다는 것이다. 비록 슬프다는 표현을 하지 않더라도 음악은 슬픔의 분위기를 깊이 배어들게 한다. 이 시의 어떤 부분에서도 ‘슬프다’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다. 그러나 잔잔하게 슬픔이 배어있는 사연들을 암시하는 잔잔하고 담담한 어구들이 슬픈 파도의 율동에 자신의 몸을 맡긴 채 마치 추억처럼 멀어진 해안에서 철썩거리고 있는 것 같다.

 다시 말해서, 음악은 언어에 비해 더 직접적인 전달이 가능하다 할 수 있다. 반면 음악은 정서에 호소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논리적인 요소를 전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김영동의 음악은 대금과 양금, 그리고 기타와 신디사이저를 사용한 음악이 배경으로 깔리면서 잔잔하게 슬픔이 배어 있는 사연들을 암시하는 운율로 표현되어 있다. 그는 김수영을 추모하는 김영태 시인의 시를 음악 대본으로 삼아 우리 삶의 비극성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들을 아련하면서도 절절하게 담아 내고 있다.

(2) 우리의 노래 중에서 시를 노래로 만든 것들이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조사해 보자. 그 노래들 중에 어떠한 것들이 시적인 정서와 내용을 더욱 잘 전달하고 있는지 서로 비교해 보고,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 보자

이끌어 주기 :

 운율이 있는 시는 노래로 불려지기 쉬운 속성이 있다. 그래서 많은 시가 노래로 불려진다. 시를 노래로 바꾼 작품은 최근에 와서 더욱 많아지고 있다. 왜 여러 가수들이 시를 노래로 만드는지 말하게 하면서, 시와 노래의 근본적인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예시답안’

희망의 문학 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

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

저문 바닷가에 홀로

사람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

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희망의 문학 우리가 어느 별에서

-안치환 노래 듣기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애타게 그리워하는가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했기에

이토록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나

꽃은 시들고 해마저 지는데

저문 바닷가에 홀로 어두움 밝히는 그대

그대와 나 그대와 나 해뜨기 전에 새벽을 열지니

해 뜨기 전에 새벽을 열지니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밤마다 별빛으로 빛나는가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흔들어 새벽을 깨우는가

꽃은 시들고 해마저 지는데

저문 바닷가에 홀로 어두움을 밝히는 그대

그대와 나 그대와 나 해 뜨기 전에 새벽을 열지니

해 뜨기 전에 새벽을 열지니

- 이 노래는 원시(原詩)의 연가적인 성격을 잘 살리고 있다. 서로 사랑하며 그리워하는 모습이 부드러운 선율에 실려 노래로 표현되었다. 내용상 원시에서는 떨어져 있는 상황이 강조되었고, ‘그대’와 ‘나’가 각각의 상황에서 새벽을 열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설정되었는데, 노래는 ‘그대’와 ‘나’가 함께 새벽을 열어 나아가려는 의지가 후렴의 반복으로 부각되어 드러난다.

희망의 문학 김수영 시의 특징

시의 현실 참여를 실천적으로 보여 준 시인은 김수영이다. 김수영은 문단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학의 참여 문제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면서, ‘시여 침을 뱉어라’(1968)를 비롯한 일련의 산문으로 자신의 시적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그는 전후(戰後) 시단에서 추구했던 시적 작업을 시집 ‘달나라의 장난’(1959)을 통해 정리한 후, 자신의 시적 지향에 대한 전환을 시도하게 된다. 전후 시단에서 모더니즘 운동의 영향을 받고 활동해 온 그는 바로 그 모더니즘이 빠져든 추상성을 벗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실험성과 서정성의 특이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그가 다시 발견한 것은 생활과 현실 그 자체의 중요성이다. 그는 언어의 지적인 감각을 드러내면서도, 서정성의 기조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김수영이 4.19 혁명 이후에 발표한 ‘푸른 하늘을’의 경우와 그의 사후에 공개된 ‘풀’의 경우는 모두 하나의 시적 경지를 이루어 놓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격렬한 정서의 충동, 기지의 언어, 시적 형태의 파괴 등을 곧잘 드러내던 작품들에 비하면, 오히려 지나치게 담담한 어조를 느끼게 하는 이 시에서, 김수영의 시 세계를 지탱하는 정서의 폭을 실감하게 된다. 그가 상당수의 작품에서 시적 대상으로서의 일상적 현실을 노래하고 있는 것은 구체적인 삶의 영역에 접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자기 내면으로 응축될 경우 ‘나의 가족’과 같은 시편을 낳았고, 사회적 현실로 확대될 때에는 ‘절망’,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와 같은 작품으로 구체화되었던 것이다.

김수영이 참여의 의미에 집착하면서 가장 중요시했던 것은 자유의 개념이다. 그는 한국 문화의 다양성과 활력을 깨치는 무서운 폭력을 정치적 자유의 결여라고 규정하고 있다. 자유의 참뜻을 4·19혁명을 통해 현실적으로 체득했던 그는 4·19혁명이 군사정권에 의해 좌절되는 것을 보면서 짙은 회의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가 내뱉은 야유와 욕설과 악담은 혁명의 좌절을 초래한 소시민들의 소극성을 겨냥한 것이지만, 사실은 자기 풍자의 극단적인 산문적 진술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출처 : 권영민, ‘한국현대문학사 1945-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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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歸去來(신귀거래)7 누이야 장하고나!
김수영 

 

누이야

諷刺가 아니면 解脫이다

너는 이 말의 뜻을 아느냐

너의 방에 걸어놓은 오빠의 寫眞

나에게는 [동생의 寫眞]을 보고도

나는 몇번이고 그의 鎭魂歌를 피해왔다

그전에 돌아간 아버지의 鎭魂歌가 우스꽝스러웠던 것을 생각하고

그래서 나는 그 寫眞을 十년만에 곰곰이 正視하면서

이내 거북해서 너의 방을 뛰쳐나오고 말았다

十년이란 한 사람이 준 傷處를 다스리기에는 너무나 짧은 歲月이다

누이야

諷刺가 아니면 解脫이다

네가 그렇고

내가 그렇고

네가 아니면 내가 그렇다

우스운 것이 사람의 죽음이다

우스워하지 않고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죽음이다

八月의 하늘은 높다

높다는 것도 이렇게 웃음을 자아낸다

누이야

나는 분명히 그의 앞에 절을 했노라

그의 앞에 엎드렸노라

모르는 것 앞에는 엎드리는 것이

모르는 것 앞에는 무조건하고 숭배하는 것이

나의 習慣이니까

동생뿐이 아니라

그의 죽음뿐이 아니라

혹은 그의 失踪뿐이 아니라

그를 생각하는

그를 생각할 수 있는

너까지도 다 함께 숭배하고 마는 것이

숭배할 줄 아는 것이

나의 忍耐이니까

[누이야 장하고나!]

나는 쾌활한 마음으로 말할 수 있다

이 광대한 여름날의 착잡한 숲속에

홀로 서서

나는 突風처럼 너한테 말할 수 있다

모든 산봉우리를 걸쳐온 突風처럼

당돌하고 시원하게

都會에서 달아나온 나는 말할 수 있다

[누이야 장하고나!]

<1961. 8. 5>

 

누이의 방  

- 新歸去來 8  


똘배가 개울가에 자라는
숲속에선
누이의 방도 장마가 가시면 익어가는가
허나
人生의 장마의
추녀끝 물방울소리가
아직도 메아리를 가지고 오지 못하는
八月의 밤에
너의 방은 너무 정돈되어 있더라
이런 밤에
나는 서울의 얼치기 洋館속에서
골치를 앓는 여편네의 댓가지 빽 속에
조약돌이 들어있는
空間의 偶然에 놀란다
누이야
너의 방은 언제나
너무나 정돈되어있다
입을 다문 채
흰실에 매어달려있는 여주알의 곰보
창문 앞에
安置해놓은 당호박
平面을 사랑하는
코스모스
역시 平面을 사랑하는
킴 노박의 사진과
國內小說冊들 ....
이런것들이 정돈될 가치가 있는 것들인가
누이야
이런것들이 정돈될 가치가 있는 것들인가


<1961.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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